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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두고 온 산하 山河


나는 그림을 그립니다.
가슴으로 그림을 그립니다.
이 땅위의 모든 아름다운 모습들을 그립니다.


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
이 세상에 왔다가 돌아간 흔적을 친구들에게 남기고
이 세상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을
간직하고 떠나기 위해서 입니다.


이 땅의 산과 들과 그 속의 나무들
봄 여름 가을 겨울
계절마다 바뀌는 이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과 색깔들
모를 심은 물 논과 산자락의 밭 이랑이들
그 속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사람들
그들의 소박한 삶의 내음새



먼 산자락 구비 어디에선가
뻐꾸기 소리와 함께 들려 올 것만 같은
삶의 슬픔과 기쁨이 묻어 있는 애환의 가락들
슬픔을 감추고 사는 사람들의 소박한 웃음
이 세상 모든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그리고 싶습니다


이 세상의 모습들이 아름답기만 합니다
그들을 뜨거운 애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
그들을 깊은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면
문득 눈물이 고입니다


언젠가 이 세상에서의 때가 끝나고
내가 왔던 별로 돌아가야 할 때


나는 이 지구 별에서의 아름다운 추억과
이 땅에서 함께 살았던 그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을
내 손수 그린 화집 속에 담아 떠날 것입니다


먼 훗날
어느 먼 별에서
나는 내가 살아온 이땅 내가 두고 온 산하를
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
그때를 위해 나는 그림을 그립니다


강석진의 작가노트 에서